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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매일경제] 동원그룹, 결국 소액주주에 '백기'…한달만에 합병비율 조정2022-05-19 08:32

동원그룹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기준을 소액주주 친화적인 자산가치로 변경하기로 했다. 오너 일가 위주 합병이라는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비판에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동원산업은 합병 계획을 변경한 뒤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상한가(10%)를 찍었다.

18일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비율을 기존 1대3.8385530에서 1대2.7023475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동원엔터프라이즈 1주당 동원산업 2.7주를 받는 구조로 지난달 7일 합병 계획을 발표한 후 약 한 달 만이다. 두 회사는 이를 위해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해서 종전 24만8961원에서 38만2140원으로 53.5% 상향 조정하기로 결의했다.

동원그룹 측은 공시를 통해 "소액주주로부터 합병법인의 합병가액으로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결정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받았다"며 "합병법인의 소액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와 그 이익에 부합하는 대안으로 합병법인의 가액을 자산가치로 변경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합병 계획이 변경되면서 동원그룹 오너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율은 기존 계획이었던 65.8%에서 58.6%로 약 7%포인트 낮아졌다.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7.38%에서 15.49%로, 김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48.43%에서 43.15%로 낮아진다.

앞서 동원그룹은 지난달 7일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되고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되는 구조였다.

당시 논란이 된 것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기준이다. 동원그룹 측이 합병 시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기업가치를 낮게,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비장상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기업가치를 높게 산정했기 때문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은 김 명예회장(24%), 김 부회장(68%) 등 오너 일가가 99.5%를 가지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의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지만 오너 일가가 보유한 동원산업 지분은 없다. 이 경우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유리한 기업가치로 합병이 성사되면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이 많은 오너 일가가 동원산업의 주식을 많이 보유하게 되고 지배력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오너 일가 위주의 합병"이란 비판이 일었다.

동원그룹 측은 지난달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 동원산업 평가액을 순자산가치(38만2140원)보다 약 35% 할인된 기준시가(24만8961원)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평가 기준일 동원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에 불과해 순자산가치가 주가보다 큰 상황이었다.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 종속기업인 동원시스템즈의 PBR는 2.6배로 동원산업보다 고평가된 상태였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상장사는 원칙적으로는 기준시가를 적용해야 하지만 기준시가가 자산가치에 미달하면 자산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도 있다. 이 때문에 동원그룹 측은 최초 소액주주들의 비판에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피합병 기업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가액(19만1130원)은 자산가치에 미래 수익가치까지 가중평균하는 방식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소액주주들은 합병 비율을 두고 "유사한 사례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보다 소액주주들의 이권이 더 침해됐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동원그룹 측이 합병 비율 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법적 소송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 대표를 맡고 있는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전쟁 리스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미편입이 아닌 기업 거버넌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이번 합병 건과 같은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의사 결정이 계속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절대 해소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와 시민단체의 꾸준한 비판이 이어지자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동원그룹 측이 전격적으로 합병 계획을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영 효율성을 증대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 고려해 합병 비율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또 기업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비판을 수용해 합병 비율을 변경한 사례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동원그룹 측은 이번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양사가 가진 장점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소 복잡했던 동원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해지고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손자회사였던 계열사들이 자회사로 지위가 바뀌면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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